도시계획가

도시계획가 - 클라렌스 스타인(슈퍼블록과 보차분리)

이상도시 2026. 9. 17. 06:37

도시계획가 아카이브 · 21

클라렌스 스타인 — 자동차와 사람을 갈라놓아 마을을 지킨 사람

1920~1940년대 · 근대주의 도시계획  |  1882~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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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


1. 개념 — 이 인물이 남긴 것

클라렌스 스타인(Clarence Stein, 1882~1975)은 20편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처럼 자동차 시대를 받아들이되, 그 방식은 정반대였습니다. 라이트가 자동차에 맞춰 도시를 완전히 흩어놓으려 했다면, 스타인은 자동차와 사람의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저밀 공동체를 지키려 했습니다. 그가 헨리 라이트(22편)와 함께 뉴저지 래드번에서 구현한 '슈퍼블록'과 '보차분리'라는 두 개념은, 오늘날에도 신도시·대단지 아파트 설계의 표준 문법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지역계획협회(RPAA)를 창립해 이 아이디어들을 이론화하고 제도권에 진입시킨 것 역시 그의 몫이었습니다.

LIFE & TIMES


2. 역사 — 인물과 시대

1882년 뉴욕 로체스터에서 태어난 스타인은 컬럼비아대학교와 파리 에콜데보자르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1919년 뉴욕에 자신의 사무소를 열었고, 1921년부터 조경·엔지니어링에 능한 헨리 라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그의 대표적 업적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 1882
    뉴욕주 로체스터 출생
  • 1919
    뉴욕에 건축 사무소 개설
  • 1921
    헨리 라이트와 파트너십 시작
  • 1923
    루이스 멈퍼드·벤턴 매케이·헨리 라이트 등과 미국지역계획협회(RPAA) 창립
  • 1924~28
    선사이드가든스(뉴욕 퀸즈) 설계 — 슈퍼블록 개념의 초기 실험
  • 1928~29
    시티하우징코퍼레이션(알렉산더 빙) 의뢰로 래드번(뉴저지) 계획 수립
  • 1929
    래드번 첫 입주 시작 ("자동차 시대를 위한 마을") — 그러나 대공황으로 완공 목표(인구 3만) 달성 못함
  • 1932
    채텀빌리지(피츠버그) — 협동조합형 주택, 래드번 원칙 적용
  • 1933~38
    뉴딜 재정착청(Resettlement Administration)의 그린벨트타운 사업에 래드번 아이디어 반영 (그린벨트·그린힐스·그린데일)
  • 1939~41
    볼드윈힐스빌리지(로스앤젤레스) 자문 — 슈퍼블록 모델의 연속 적용
  • 1951
    저서 「미국을 위한 신도시를 향하여(Toward New Towns for America)」 출간(영국 리버풀에서 출판, 루이스 멈퍼드 서문)
  • 1951
    캐나다 키티맷(브리티시컬럼비아) 신도시 계획 자문
  • 1951~59
    영국 리버풀대학교 「Town Planning Review」 편집인 역임
  • 1956
    미국건축가협회(AIA) 금메달 수상
  • 1975
    뉴욕에서 별세 (향년 92세)

CONTEXT


3. 배경 — 왜 등장했나

1920년대 미국은 자동차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격자형 가로망 위에 자동차와 보행자가 아무런 분리 없이 뒤섞이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뛰노는 주거지 골목에서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현실은 당대 도시계획가들에게 심각한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동시에 에벤에저 하워드의 전원도시 이론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소개되면서, 이를 자동차 시대의 미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스타인은 여기에 답하기 위해 RPAA를 창립해 동료들과 함께 이론을 다듬었고, 대공황 이전 민간 주택시장의 한계와 이후 뉴딜 정책의 공공 개입이라는 시대적 전환 속에서 자신의 구상을 실제 마을로 구현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THE THEORY


4. 핵심내용 — 이론과 원리

가. 슈퍼블록(superblock) — 여러 블록을 하나로 묶다

스타인과 헨리 라이트는 전통적인 격자형 가로망의 작은 블록 7~12개를 하나의 큰 '슈퍼블록'으로 통합했습니다. 슈퍼블록의 외곽은 자동차가 다니는 순환도로로 감싸고, 내부는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는 넓은 공동 녹지와 보행로로 채웠습니다. 주택은 도로가 아니라 이 내부 녹지를 바라보도록 배치했습니다.

삽도 1 · 래드번 슈퍼블록 조감 마스터플랜
래드번 슈퍼블록 조감 마스터플랜

▲ 래드번의 슈퍼블록 구조를 개념적으로 재구성한 마스터플랜 조감도입니다. 실측 도면이 아닙니다.

나. 보차분리 — '래드번 아이디어'의 핵심

자동차는 각 주택 뒷면(서비스 면)에 짧게 뻗은 컬드삭(막다른 골목)을 통해서만 접근하고, 보행자는 순환도로와 만나지 않는 내부 공원길을 통해 이동합니다. 두 동선이 부득이 교차해야 하는 지점에는 지하도(underpass)를 설치해, 아이들이 학교나 놀이터에 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차도를 직접 건너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이것이 이후 '래드번 아이디어(Radburn Idea)'로 불리며 전 세계로 퍼진 핵심 원리입니다.

삽도 2 · 보차분리 보행 지하도 눈높이뷰
보차분리 보행 지하도 눈높이뷰

▲ 래드번식 보행자 지하도의 눈높이 시점을 참고해 재구성한 개념 이미지입니다. 실제 현장 사진이 아닙니다.

다. 전원도시의 미국적 재해석

스타인은 하워드의 전원도시 개념(자족적 소규모 공동체, 녹지대, 통근 최소화)을 그대로 수입하지 않고, 자동차와 대량생산 시대의 미국 교외 현실에 맞게 다시 짰습니다. RPAA는 이 과정에서 대도시 집중을 비판하고 '지역도시(regional city)'라는 분산된 자족 공동체 네트워크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라. 그린벨트 타운과 신도시 이론의 정립

대공황으로 래드번이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뒤, 스타인의 원칙은 뉴딜 정책의 그린벨트 타운 사업(메릴랜드 그린벨트, 오하이오 그린힐스, 위스콘신 그린데일)에 반영되며 공공 정책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1951년 저서 「미국을 위한 신도시를 향하여」를 통해 래드번의 경험을 이론으로 완성했고, 이 책은 곧이어 시작된 영국의 신도시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삽도 3 · 신도시 근린 클러스터 인포그래픽
신도시 근린 클러스터 인포그래픽

▲ 여러 슈퍼블록이 모여 하나의 근린 클러스터를 이루고, 중심부의 학교·상업시설로 연결되는 구조를 개념적으로 도식화한 인포그래픽입니다. 실제 특정 신도시의 고증 도면이 아닙니다.

CASES


5. 대표사례 — 실제 적용된 프로젝트

프로젝트시기핵심 내용
선사이드가든스(뉴욕 퀸즈)1924~28슈퍼블록 개념의 초기 실험, 공동 정원을 향한 연립주택 배치
래드번(뉴저지)1929~슈퍼블록+보차분리의 완성형, "자동차 시대를 위한 마을" (대공황으로 일부만 완공)
채텀빌리지(피츠버그)1932협동조합형 주택단지, 래드번 원칙의 소규모 적용
그린벨트 타운 3곳(메릴랜드·오하이오·위스콘신)1935~38뉴딜 재정착청 사업, 래드번 아이디어의 연방정부 정책화
볼드윈힐스빌리지(로스앤젤레스)1939~41슈퍼블록 모델의 연속 적용, 스타인은 자문 역할

20편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스타인은 같은 자동차 시대를 다루면서도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20편) — 자동차에 맞춰 도시를 흩어놓다

가구당 1에이커, 자동차 전면 의존형 완전 분산 정주 모델

초점: 개인주의, 토지 소유의 분산

클라렌스 스타인 — 자동차를 통제해 공동체를 지키다

슈퍼블록과 보차분리를 통해 차량과 보행을 물리적으로 분리

초점: 공동체적 저밀 집합주거, 보행 안전과 공동 녹지

※ 두 사람 모두 자동차 시대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라이트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도시를 재편했고 스타인은 자동차를 통제해 보행자의 삶을 지키려 했다는 점에서 방법론이 갈립니다.

KEY POINTS


6. 키포인트 — 시험·실무 핵심 요약

MUST KNOW
  • RPAA(미국지역계획협회, 1923) 창립 — 루이스 멈퍼드·벤턴 매케이·헨리 라이트 등과 함께
  • 슈퍼블록(superblock) — 여러 블록 통합, 외곽 순환도로+내부 공동 녹지
  • 래드번 아이디어(Radburn Idea) — 보차분리, 컬드삭, 지하도를 통한 안전한 보행동선
  • 래드번(1929, 뉴저지) — "자동차 시대를 위한 마을", 대공황으로 미완성
  • 그린벨트 타운(1935~38) — 뉴딜 정책이 래드번 원칙을 연방 사업으로 확장
  • 저서 「미국을 위한 신도시를 향하여(1951)」 — 영국 신도시 프로그램에 직접 영향
시험 자주 나오는 세트 — ① 래드번=1929=뉴저지=보차분리+슈퍼블록, ② RPAA=1923=미국지역계획협회, ③ 선사이드가든스=1924~28=슈퍼블록 초기실험, ④ 그린벨트타운(그린벨트MD·그린힐스OH·그린데일WI)=1935~38=뉴딜정책=래드번원칙 적용, ⑤ 「Toward New Towns for America」=1951=영국 신도시 프로그램에 영향. 래드번의 슈퍼블록·보차분리·컬드삭·지하도 네 요소는 세트로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LEGACY


7. 이후영향 — 후대 계보

래드번 아이디어(보차분리+슈퍼블록)는 20세기 전 세계 신도시와 대단지 아파트 설계의 표준 문법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역시 단지 내부는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외곽 순환도로에서만 차량이 접근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상 래드번 원리의 폭넓은 계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타인의 저서는 1946년 영국 신도시법 제정 이후 시작된 영국 신도시 프로그램(스티브니지 등 1세대 신도시들)에 직접적인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그의 슈퍼블록 개념은 이후 23편에서 다룰 클라렌스 페리의 근린주구이론과 결합되어, 20세기 중반 근린주구 계획의 표준 패키지를 완성하는 한 축이 됩니다.

CRITIQUE


8. 한계와평가 — 비판과 재평가

가장 널리 지적되는 한계는 슈퍼블록 내부는 안전하지만 정작 외곽 순환도로는 여전히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어, 도시 전체의 자동차 의존도 자체는 낮추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컬드삭 위주의 도로망은 격자형 가로망보다 우회 거리가 길어지고 대중교통 노선을 배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이후 뉴어바니즘 진영(안드레스 두아니 등)은 컬드삭 중심 교외 개발 방식 자체를 격자형 가로망보다 비효율적이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래드번 자체가 대공황으로 인해 애초 목표(인구 3만)를 달성하지 못하고 일부만 완공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이론과 실제 실현 사이의 간극도 함께 짚어야 할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자 안전과 공동 녹지 확보라는 원칙 자체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슈페르만사나(superilla, 슈퍼블록)' 정책처럼, 자동차를 더 급진적으로 배제하고 보행·자전거 중심 공간을 확장하는 정책들이 스타인의 슈퍼블록 개념과 이름은 물론 문제의식까지 이어받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재조명 지점입니다.

CLOSING


9. 맺음말

클라렌스 스타인은 자동차 시대를 거부하지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동차와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갖도록 설계함으로써 둘의 공존을 물리적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래드번은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미완의 계획이었지만, 그가 남긴 '슈퍼블록'과 '보차분리'라는 두 단어는 이후 100년 가까이 전 세계 주거단지 설계의 기본 문법으로 남아 있습니다.

래드번은 자동차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아이가 차도를 단 한 번도 건너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 실험이었습니다.

다음 22편에서는 래드번의 실제 설계를 스타인과 함께 완성한 조경가이자 엔지니어 — 헨리 라이트를 다룹니다. 그가 남긴 저서 「Rehousing Urban America」와 슈퍼블록의 기술적 완성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 본문의 생애·연대 정보는 위키피디아, RPAA 관련 학술 아카이브, 미국 문화유산기금(TCLF), 코넬대학교 도서관 클라렌스 스타인 문서고, 「Toward New Towns for America」(1951) 관련 서지자료를 참고해 재구성했습니다.
※ 삽도는 모두 개념 재구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초상 및 실측 도면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