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가

도시계획가 - 호르스트 리텔

이상도시 2026. 10. 6. 06:04

도시계획가 아카이브 · 32

호르스트 리텔 — 도시문제는 원래 풀 수 없다고 증명한 사람

1960~1980년대 · 참여·합리성·비판적 도시계획  |  1930~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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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


1. 개념 — 이 인물이 남긴 것

31편의 폴 다비도프가 법률가의 관점에서 "계획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면, 호르스트 리텔(Horst Rittel, 1930~1990)은 설계이론가의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도시계획은 애초에 수학이나 체스처럼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철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그는 동료 멜빈 웨버(33편)와 함께 1973년 논문 「일반계획이론의 딜레마」에서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는 개념을 정식화했습니다. 도시·사회 문제는 정답이 없고, 언제 끝났는지도 알 수 없으며, 시도할 때마다 되돌릴 수 없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도시계획이 공학적 최적화가 아니라 끝없는 논쟁과 합의의 과정임을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LIFE & TIMES


2. 역사 — 인물과 시대

1930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리텔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이 이력은 훗날 그가 사회문제와 과학적 문제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명료하게 짚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 됩니다.

  • 1930
    독일 베를린 출생
  • 1958~63
    울름조형대학(HfG Ulm, 바우하우스 계보의 독일 디자인교육기관) 디자인방법론 교수
  • 1963~90
    UC버클리 '설계과학' 교수 (슈투트가르트대·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겸임)
  • 1967
    C. 웨스트 처치먼이 「매니지먼트 사이언스」誌 편집논평에서 리텔의 세미나를 인용하며 '사악한 문제' 개념 최초 소개
  • 1969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정책과학분과 발표(보스턴) — 이후 논문의 초고 발표
  • 1973
    멜빈 웨버와 「Dilemmas in a General Theory of Planning」 발표(Policy Sciences誌) — 사악한 문제 10대 속성 정식화
  • 1970년대
    IBIS(쟁점기반정보시스템) 개발 — 논쟁적 설계과정을 기록하는 방법론
  • 1990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별세 (향년 59세)

CONTEXT


3. 배경 — 왜 등장했나

1960년대 미국 도시계획은 체계분석·운영연구(OR) 같은 공학적 방법론을 통해 도시문제를 '최적화 가능한 문제'로 다루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모지스식 대규모 재개발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저항(27편 제인 제이콥스, 31편 폴 다비도프)을 낳으면서, 이런 공학적 낙관주의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대두되었습니다.

리텔은 건축·디자인 교육자로서 '체계적 설계방법론(제1세대 설계방법)'을 가르치다, 이 방법론이 실제 사회문제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한 그의 배경은,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사회문제가 과학적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지를 명료하게 짚어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THE THEORY


4. 핵심내용 — 이론과 원리

가. 순한 문제(tame problem) vs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

리텔은 수학이나 체스처럼 명확히 정의되고 정답이 있는 '순한 문제'와, 문제 자체를 정의하는 것조차 합의되지 않는 도시·사회 문제인 '사악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구분했습니다. 이 구분은 그의 이론 전체의 출발점입니다.

삽도 1 · 순한 문제 vs 사악한 문제 비교 인포그래픽
순한 문제 vs 사악한 문제 비교 인포그래픽

▲ 명확히 정의되는 '순한 문제'(좌)와 정의 자체가 어려운 '사악한 문제'(우)를 개념적으로 대비한 인포그래픽입니다. 실제 특정 사례를 고증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나. 사악한 문제의 10대 속성

그와 웨버는 사악한 문제가 지닌 열 가지 속성을 제시했습니다. ① 명확한 문제정의가 불가능함, ② 멈출 지점(정답)이 없음, ③ 해법은 참·거짓이 아니라 좋음·나쁨으로만 평가됨, ④ 해법의 즉각적·최종적 검증이 불가능함, ⑤ 모든 해법은 되돌릴 수 없는 '일회성 작업'임, ⑥ 가능한 해법의 목록이 유한하지 않음, ⑦ 모든 사악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유일함, ⑧ 모든 사악한 문제는 다른 문제의 증상일 수 있음, ⑨ 문제를 설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며 그 선택이 해법의 성격을 결정함, ⑩ 계획가는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틀릴 권리'가 없음.

삽도 2 · 엉킨 실타래로 표현한 사악한 문제의 은유
엉킨 실타래로 표현한 사악한 문제의 은유

▲ 풀 수 없는 문제(엉킨 실타래)와 풀 수 있는 문제(완성된 퍼즐)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은유한 개념 이미지입니다. 실제 특정 사물의 사진이 아닙니다.

다. 제2세대 설계방법과 논쟁적 설계과정

그는 최적화와 체계분석 중심의 '제1세대 설계방법'이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설계·계획 과정을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과정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설계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고, 여러 대안의 장단점을 놓고 자기 자신 및 타인과 논쟁한다는 것입니다.

라. IBIS(쟁점기반정보시스템)

리텔은 이 논쟁적 설계과정을 실제로 기록하고 구조화하기 위해 IBIS라는 표기법을 개발했습니다. 쟁점(issue)·입장(position)·논거(argument)라는 세 요소로 논쟁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이 방법론은, 오늘날 협업 소프트웨어와 집단의사결정 도구의 원형으로 평가받습니다.

삽도 3 · IBIS 쟁점기반정보시스템 노드-링크 다이어그램
IBIS 쟁점기반정보시스템 노드-링크 다이어그램

▲ 쟁점·입장·논거로 구성된 IBIS(쟁점기반정보시스템)의 구조를 개념적으로 도식화한 다이어그램입니다. 실제 원본 자료가 아닙니다.

CASES


5. 대표사례 — 실제 적용된 이론·활동

저작/활동시기핵심 내용
울름조형대학 재직1958~63제1세대 설계방법론 교육 및 한계 체감
「Dilemmas in a General Theory of Planning」1973멜빈 웨버(33편) 공저, 사악한 문제 개념의 대표 논문
IBIS 쟁점기반정보시스템1970년대논쟁적 설계·정책결정 과정에 실제 적용된 방법론
UC버클리 도시계획·디자인 교육1963~90이후 세대 계획가들에게 사악한 문제 개념 전파

31편의 폴 다비도프와 리텔은 같은 대상('종합적 합리적 계획' 모델)을 비판했지만, 문제 삼은 지점이 달랐습니다.

폴 다비도프 (31편) — 절차의 공정성 문제

계획가가 스스로 가치중립적이라 주장하는 것 자체가 허구라고 비판

초점: 누가 계획을 결정하는가, 대변되지 못한 목소리

호르스트 리텔 — 문제 자체의 인식론적 성격

도시문제가 애초에 과학적으로 '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

초점: 문제의 정의 불가능성, 최적화 불가능성

※ 두 사람 모두 종합적 합리적 계획 모델의 허구성을 폭로했지만, 다비도프가 "그 절차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를 물었다면 리텔은 "그 문제 자체가 애초에 하나의 정답을 가질 수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KEY POINTS


6. 키포인트 — 시험·실무 핵심 요약

MUST KNOW
  • 「Dilemmas in a General Theory of Planning」(1973, Policy Sciences, 멜빈 웨버 공저) — 사악한 문제 개념의 정식화
  • 순한 문제(tame problem) vs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 — 수학·체스 vs 사회·도시문제
  • 사악한 문제 10대 속성 — 정의불가·멈출지점없음·참거짓아닌좋고나쁨·즉각검증불가·일회성작업 등
  • 제2세대 설계방법 — 논쟁적 설계과정으로서의 계획
  • IBIS(쟁점기반정보시스템) — 쟁점·입장·논거 구조의 논쟁 기록 방법론
  • 울름조형대학(1958~63)·UC버클리(1963~90) 교수 재직 — 바우하우스 계보에서 미국 도시계획 교육으로 이어진 경력
시험 자주 나오는 세트 — ① 사악한 문제=1973=「Dilemmas in a General Theory of Planning」=리텔·웨버, ② 순한 문제 vs 사악한 문제=수학·체스 vs 사회·도시문제, ③ 10대 속성 중 "멈출 지점이 없다", "참·거짓이 아닌 좋고 나쁨"은 특히 자주 출제, ④ IBIS=쟁점기반정보시스템=쟁점·입장·논거, ⑤ 울름조형대학=1958~63=바우하우스 계보. 사악한 문제 개념은 도시계획 이외에 정책학·경영학에서도 널리 인용되는 범용 개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LEGACY


7. 이후영향 — 후대 계보

사악한 문제 개념은 오늘날 기후변화·빈곤·팬데믹 같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정책학·경영학·디자인학 전반의 표준 어휘가 되었습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종합적 합리적 계획' 모델을 대체하는 점증적·소통적 계획(communicative planning) 이론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IBIS는 이후 하이퍼텍스트와 집단의사결정 소프트웨어의 원형으로 평가되며, 오늘날 협업 도구와 정책 논쟁 시각화 플랫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CRITIQUE


8. 한계와평가 — 비판과 재평가

'사악한 문제'라는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용되어, 실제로는 신중한 분석과 계획으로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한 문제까지 "어차피 풀 수 없다"는 식으로 방치하게 만드는 냉소주의를 낳을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IBIS 같은 논쟁적 방법론이 실제로 대규모 이해관계자 집단에 적용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실무적 한계도 지적됩니다.

문제의 본질적 성격을 규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래서 계획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지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이론적 통찰과 실무적 처방 사이의 간극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사회문제를 공학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오만하다"는 그의 통찰은, 오늘날 기후위기·불평등 같은 초국가적 난제 앞에서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사악한 문제'라는 용어 자체가 이제는 정책학의 필수 어휘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CLOSING


9. 맺음말

호르스트 리텔은 도시계획가들에게 위로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건넸습니다. 당신이 지금 풀려는 문제는 애초에 '풀린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합의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순간, 도시계획은 정답을 찾는 기술에서 끝없이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기술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사악한 문제 앞에서 계획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함께 논쟁하는 것뿐이라는 것이 리텔의 통찰이었습니다.

다음 33편에서는 리텔과 함께 사악한 문제 이론을 완성한 공동저자이자, 정작 자신은 "도시는 더 이상 장소가 아니다"라는 훨씬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 인물 — 멜빈 웨버를 다룹니다. 그의 '장소 없는 공동체(community without propinquity)' 개념이 어떻게 통신기술 시대의 도시론을 예견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본문의 생애·연대 정보는 위키피디아, Dubberly Design Office(Why Horst W.J. Rittel Matters), Policy Sciences誌 원문(Rittel & Webber, 1973), SEBoK, CogNexus Institute 자료를 참고해 재구성했습니다.
※ 삽도는 모두 개념 재구성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 초상 및 원본 도표·자료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