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만년필의 시작
라미 사파리 · 알스타 · 룩스
필체 교정으로 시작해 어느덧 164자루를 소장하게 된 만년필 애호가가 직접 쓰고 느낀 라미 입문 3형제 완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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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처음엔 정말 소박한 이유였습니다. 악필을 교정해보겠다고 만년필 한 자루를 샀는데, 종이에 닿는 그 특유의 필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며칠 뒤 두 번째 펜을 사고, 잉크 색을 바꿔보고, 촉 굵기를 비교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파우치가 여러 개가 돼 있었고, 지금은 164자루를 소장 중입니다.
아래 사진이 그 현장입니다. 브랜드도 가격대도 다양하지만 시작은 결국 라미 사파리 한 자루였습니다. 가장 많이 추천받고, 가장 많이 실망하기도 하는 이 펜을 오늘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파우치에 나눠 담긴 만년필 컬렉션 전체 — 브랜드별·용도별로 파우치를 구분해 보관 중
LAMY — 바우하우스 철학으로 만든 독일 펜
라미(LAMY)는 1930년 요제프 라미(Josef Lamy)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창업한 필기구 브랜드입니다. 1966년 출시된 LAMY 2000으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바우하우스 디자인 원칙을 만년필에 적용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사파리는 1980년대 초 학생용으로 설계됐지만 지금은 전 세계 입문 컬렉터의 필수 경유지가 됐습니다. 2024년 일본 미도리(MIDORI)사에 인수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생산 체계는 유지된다고 발표됐습니다만 장기적인 브랜드 방향성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만년필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봅니다.
LAMY 공식 홈페이지 — 사파리·알스타·넥스·ABC·조이·비스타·CP1·룩스·아이온·스튜디오·액센트·2000·다이얼로그
LAMY 만년필 주요 라인업
직접 소장 중인 라미 시리즈
제원 & 사파리 · 알스타 · 룩스 비교
세 모델은 닙(펜촉) · 피드 · 그립섹션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차이는 몸체 소재와 마감, 무게, 패키지뿐입니다. 닙은 자유롭게 교체 가능합니다.
| 항목 | 사파리 (Safari) | 알스타 (Al-Star) | 룩스 (Lx) |
|---|---|---|---|
| 몸체 소재 | ABS 플라스틱 | 양극산화 알루미늄 | 더블 양극산화 알루미늄 |
| 캡 포함 전체 길이 | 약 139~143mm | 약 139.5mm | 약 138.9mm |
| 캡 제거 길이 | 약 129~130mm | 약 130mm | 약 130mm |
| 포스팅 시 길이 | 약 165~167mm | 약 167.5mm | 약 167.6mm |
| 무게 (전체) | 약 17g | 약 22g | 약 26g |
| 충전 방식 | C/C (카트리지 T10 · 컨버터 Z28 — 컨버터 별매) | ||
| 닙 종류 | EF / F / M / B 1.1 / 1.5 / 1.9mm 스텁, LH |
EF / F / M / B + 특수촉 | EF / F / M / B |
| 닙 마감 | 실버 or 블랙 (모델별) | 실버 or 블랙 (모델별) | 블랙 PVD (전 모델) |
| 클립 | 스프링 스틸 와이어 | 스프링 스틸 와이어 | 컬러매칭 PVD 금속 클립 |
| 그립 섹션 | 삼각 ABS (불투명) | 삼각 반투명 플라스틱 | 삼각 반투명 그레이 |
| 패키지 | 종이 슬리브 박스 | 종이 슬리브 박스 | 컬러매칭 알루미늄 케이스 |
| 국내 정가 (참고) | 약 2.5~3.5만원 | 약 4.5~5.5만원 | 약 6~9만원 |
| 한 줄 평 | 입문 최적 | 컬렉터 입문 | 선물·고급 감성 |
※ 세 모델의 닙·피드·그립섹션은 완전 동일 — 닙 교환 시 필기감 차이 없음
왼쪽부터 사파리 · 알스타 · 룩스 소장 컬러 일부
사파리 라인 볼펜 · 수성펜 — 동일한 그립·클립 구조로 세트 구성 시 통일감이 좋습니다.
충전 방식 비교 — 우: T10 카트리지(레드) 장착 / 좌: Z28 컨버터(투명) 장착. 컨버터는 별매입니다.
사용기 — 20자루를 써본 솔직한 이야기
라미 사파리 화이트 EF — 포스팅 상태. 캡을 배럴 후단에 끼우면 167mm로 균형감이 확 달라집니다.
무게와 길이감: 사파리 17g은 만년필 중에서도 최경량에 속합니다. 캡 없이 130mm만 잡으면 너무 가벼워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캡을 배럴 후단에 포스팅하면 167mm에 균형감이 생깁니다. 알스타(22g), 룩스(26g)는 포스팅 없이도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며, 이것이 모델 선택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사파리 화이트 EF 닙 — 정면(좌) · 후면(우)
룩스 EF 블랙 PVD 닙 — 정면(좌) · 후면(우). 동일한 형태지만 블랙 코팅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필감: 라미 스틸 닙의 전형인 사각거리는 필감이 살아있습니다. 특히 EF촉은 서양 기준(Western nib)이라 일본 EF 대비 한 단계 굵게 나오며, 실사용 시 0.6~0.7mm 젤펜 수준의 선폭입니다. 한글처럼 자음·모음이 촘촘한 문자에는 다소 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로디아·토모에리버 같은 고급 필기지와 궁합이 훨씬 좋아집니다.
EF촉 개체 편차: 20자루를 써보면서 확실히 느낀 점입니다. 같은 EF촉이라도 개봉 즉시 매끄럽게 써지는 자루가 있고, 초기에 걸림이 느껴져 수개월 길들임이 필요한 자루도 있었습니다. EF 대신 F촉을 선택하면 편차가 확연히 줄어듭니다.
닙마름: 보통 수준입니다. 하루 정도 뚜껑을 닫아두면 바로 써지고, 2~3일 이상 방치하면 초기 출수가 약간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삼각 그립 파지 모습 — 엄지·검지·중지가 각 면에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포인트입니다.
그립 섹션: 삼각형 그립은 라미의 가장 강한 개성이자 가장 큰 호불호 포인트입니다. 자연스럽게 맞는 분에게는 피로감이 적은 최고의 그립이지만, 손 각도가 다른 필기 습관을 가진 분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실물을 잡아보고 구입하시길 권장합니다.
라미 임포리움 전용 Z57 14K 금촉 EF — 정면(좌) · 후면(우). 사파리·알스타·룩스 등 라미 사파리 계열과 호환됩니다.
라미의 금촉은 라미 2000 전용과 사파리 계열 공용인 Z57로 나뉩니다. 여기 사진의 촉은 임포리움 전용 Z57 14K 금촉으로, 사파리·알스타·룩스 모두에 장착 가능합니다. 스틸 닙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탄성과 흐름이 확연히 다르며, 사파리 바디에 금촉을 올리는 것이 라미 커뮤니티에서 즐기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 장점
- ABS 플라스틱 바디 — 내구성 탁월
- 닙 자유 교체 — EF·F·M·B·스텁·Z57 금촉 호환
- 17g 초경량, 장시간 필기 피로 적음
- 매년 한정 컬러 출시 → 컬렉터 흥미 지속
- 잉크창으로 잔량 육안 확인 가능
- 사파리→알스타→룩스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 경로
👎 단점
- EF촉 개체 편차 — 굵기·사각거림 차이 존재
- 컨버터 Z28 별매 (기본은 T10 카트리지만 포함)
- 서구형 EF라 일본 EF보다 선폭이 굵음
- 삼각 그립 호불호 확실히 갈림
- 알스타·룩스 알루미늄 표면 스크래치 취약
구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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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사파리로 시작했다가 알스타의 알루미늄 감촉이 궁금해지고, 룩스의 블랙 PVD 닙이 눈에 밟히고, 결국 Z57 금촉까지 손을 뻗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입문을 고민 중이시라면 사파리 F촉 + Z28 컨버터 조합을 권장합니다. EF 대신 F를 선택하면 개체 편차 리스크가 줄고 한글 필기에서도 훨씬 안정적입니다. 다음 리뷰는 파이롯트 또는 트위스비 계열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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