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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가 - 필라레테

이상도시 2026. 8. 27. 06:19

도시계획가 아카이브 · 06

필라레테 — 이론을 처음으로 도면 위에 그려낸 이상도시의 설계자

중세~르네상스 · 이상도시와 도시미학  |  1400경~1469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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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PT


1. 개념 — 이 인물이 남긴 것

안토니오 아베를리노, 흔히 필라레테(Filarete)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인물은 알베르티가 글로 정리한 이상도시 이론을 최초로 구체적인 평면도로 옮겨 그린 건축가입니다. 그가 논문 형식으로 저술한 『건축론(Trattato di architettura)』(1461~1464년경) 안에는 '스포르친다(Sforzinda)'라는 가상의 이상도시가 8각 별 모양의 방사형 평면도와 함께 상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알베르티가 도시를 "큰 집"에 비유하며 통합적 원리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필라레테는 그 원리를 실제로 좌표를 가진 도면 위에 옮겨 그렸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스포르친다는 실제로 건설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등장하는 팔마노바를 비롯한 근세 별 모양 이상도시 계보의 이론적 원형으로 평가받습니다.

LIFE & TIMES


2. 역사 — 인물과 시대

안토니오 아베를리노는 1400년경 피렌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필라레테'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라 그리스어 '필로스(사랑하는)'와 '아레테(덕)'를 합친 별명으로, 스스로를 '덕을 사랑하는 자'로 소개하고자 지은 것으로 이해됩니다.

  • 1400경피렌체 출생. 로렌초 기베르티 공방 계열에서 조각·금속공예 수업
  • 1433~1445로마 옛 성 베드로 대성당의 청동문 제작 — 초기 대표작
  • 1451경밀라노로 이주,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건축가로 활동 시작
  • 1456~1465경밀라노 오스페달레 마조레(대형 병원) 설계·시공 참여
  • 1461~1464경『건축론』 집필 — 대화체 논문 형식, 이상도시 스포르친다 서술
  • 1465경스포르차 궁정에서의 입지 약화, 밀라노를 떠남
  • 1469경로마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

그의 정확한 생몰년과 말년 행적은 사료마다 차이가 있어 확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밀라노 스포르차 궁정에서의 활동 시기와 『건축론』 집필 시기만큼은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CONTEXT


3. 배경 — 왜 등장했나

필라레테가 활동하던 15세기 중반 밀라노는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1450년 공작위에 오르며 새로운 왕조를 연 직후였습니다. 정통성이 약한 신흥 군주일수록 도시·건축 사업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었고, 스포르차 역시 궁정 건축가들을 대거 후원하며 밀라노를 새로운 이탈리아 문화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알베르티의 『건축론』이 이미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필라레테는 알베르티의 통합적 사고를 이어받으면서도, 자신의 후원자인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에게 헌정할 목적으로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형태 — 실제 치수와 배치를 가진 가상 도시 평면도 — 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인문주의적 글쓰기 관습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은 대화체·우화체 형식을 빌려 이론을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고, 필라레테 역시 사냥 중 우연히 만난 군주에게 이상도시를 설계해 헌정한다는 허구적 이야기 틀 안에 자신의 도시 이론을 담았습니다.

THE THEORY


4. 핵심내용 — 이론의 구체적 내용

가. 스포르친다 — 8각 별 모양의 방사형 도시

스포르친다라는 이름 자체가 후원자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를 향한 헌사입니다. 평면은 정사각형 두 개를 45도로 겹쳐 만든 8각 별 모양이며, 별의 각 꼭짓점에는 탑을, 오목하게 들어간 지점에는 성문을 배치했습니다. 도시 중심에는 원형 광장을 두고, 그 광장에서 여덟 방향으로 방사형 간선도로가 뻗어 나가 성벽의 각 문·탑과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삽도 1 · 스포르친다 8각 별 방사형 평면 개념도
스포르친다 8각 별 방사형 평면 개념도

정사각형 두 개를 겹친 8각 별 모양 성곽과, 중심 원형 광장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가로를 표현한 개념 재구성 이미지입니다. 필라레테 원전의 실측 도면이 아닌 원리 이해용 이미지입니다.

나. 중심 광장 복합체 — 기능의 위계적 배치

스포르친다의 중심에는 단순한 광장 하나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복수의 광장으로 이루어진 복합체가 자리합니다. 정치 권력을 상징하는 군주의 궁전 광장, 종교 중심인 대성당 광장, 그리고 상업 활동을 위한 시장 광장이 인접해 배치되며, 각 광장은 폭이 넓은 방사형 간선도로로 성문까지 곧장 연결됩니다.

이는 알베르티가 제안했던 '광장의 위계화'라는 원칙을 실제 배치 좌표를 가진 도면으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필라레테는 여기에 더해 수로(운하)를 도시 안으로 끌어들여 물자 운송과 위생을 함께 해결하는 기반시설 개념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삽도 2 · 중심 광장 복합체 개념도
스포르친다 중심 광장 복합체 개념도

별 모양 성곽 안, 중심 광장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구획 배치를 표현한 개념 재구성 이미지입니다. 필라레테 원전의 실측 도면이 아닌 원리 이해용 이미지입니다.

다. 실제 작업 — 밀라노 오스페달레 마조레

스포르친다가 종이 위의 이상도시였다면, 밀라노 오스페달레 마조레는 필라레테가 실제로 설계·시공에 참여한 현실의 건축물입니다. 십자형 병동 배치를 통해 각 병동에서 중앙 예배당을 볼 수 있게 하고, 환자군을 기능적으로 분리하는 근대적 병원 계획 원리를 15세기 시점에 선구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이 병원 프로젝트는 필라레테의 이상도시론이 완전히 허구적 사고실험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그는 실제 공공시설 설계에서도 기능별 구역 분리와 중심축을 통한 상징적 위계라는 같은 원리를 반복해서 사용했습니다.

삽도 3 · 오스페달레 마조레 십자형 병동 배치 개념도
오스페달레 마조레 십자형 병동 배치 개념도

중앙 예배당을 기준으로 네 방향 병동이 십자형으로 뻗어나가는 오스페달레 마조레의 기능 배치를 재구성한 개념도입니다. 실측 도면이 아닌 원리 이해용 이미지이며, 스포르친다(삽도1·2)와 달리 실제로 지어진 건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라. 이론에서 도면으로 — 알베르티와의 결정적 차이

알베르티는 원칙을 글로 제시했을 뿐 완결된 평면도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필라레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벽·탑·문·광장· 가로의 위치와 치수를 구체적으로 그려낸 최초의 르네상스 이상도시 평면도를 완성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도시계획사는 '이론'에서 '설계도'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CASES


5. 대표사례 — 실제 적용된 프로젝트·도시

스포르친다는 실제로 건설되지 않은 가상의 이상도시이지만, 그 평면 개념 자체는 이후 여러 실존 계획도시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16세기 말 베네치아 공화국이 오스만 제국의 위협에 대응해 건설한 요새도시 팔마노바(Palmanova)는 9각 별 모양 성곽과 중심 광장에서 뻗어나가는 방사형 가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스포르친다의 개념적 후계로 흔히 언급됩니다.

실제 건축 성과로는 앞서 다룬 밀라노 오스페달레 마조레와, 로마 옛 성 베드로 대성당의 청동문이 있습니다. 특히 청동문은 그가 조각가·금속공예가로서의 훈련을 건축 이론가로 전환하기 이전의 경력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삽도 4 · 스포르친다와 팔마노바 평면 비교 개념도
스포르친다와 팔마노바 평면 비교 개념도

좌측은 가상의 이상도시 스포르친다(8각 별·격자형 가로), 우측은 실제로 건설된 16세기 말 요새도시 팔마노바(9각 별·방사형 가로)를 비교한 개념 재구성 이미지입니다. 실측 도면이 아닌 원리 비교용 이미지입니다.

알베르티

결과물 — 이론서(『건축론』), 완결된 평면도 없음

기여 — 도시를 통합된 질서체로 보는 사상적 토대

필라레테

결과물 — 이론서 + 스포르친다 방사형 평면도

기여 — 이상도시를 실제 도면·치수로 구체화한 최초 사례

KEY POINTS


6. 키포인트 — 시험·실무 핵심 요약

EXAM & PRACTICE FOCUS

  • 스포르친다(Sforzinda) — 정사각형 두 개를 겹친 8각 별 모양 방사형 이상도시, 후원자 스포르차에 대한 헌사
  • 중심 원형 광장 + 8방향 방사형 간선도로, 각 꼭짓점에 탑, 오목한 지점에 성문 배치
  • 궁전·대성당·시장 광장을 위계에 따라 인접 배치 — 알베르티의 '광장 위계화' 원칙을 도면으로 구현
  • 『건축론』(1461~64경) — 대화체 논문 형식, 완결된 평면도를 남긴 최초의 르네상스 이상도시론
  • 실제 작업 — 밀라노 오스페달레 마조레(십자형 병동), 옛 성 베드로 대성당 청동문
  • 16세기 말 팔마노바 등 근세 별 모양 요새도시 계보의 이론적 원형
시험 자주 나오는 세트 — 필라레테 = 스포르친다(8각 별·방사형) + 『건축론』 + 알베르티 이론의 도면화 + 오스페달레 마조레(실제 사례)

LEGACY


7. 이후영향 — 후대 계보

필라레테가 제시한 별 모양 방사형 평면은 이후 프란체스코 디 조르조 마르티니를 비롯한 15세기 후반~16세기 요새도시 이론가들이 발전시킨 각형 보루(bastion) 이론과 결합하며, 16세기 말 팔마노바 같은 실제 별 모양 요새도시로 이어집니다.

중심 광장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가로 구조라는 발상 자체는 이후 절대왕정기 유럽의 궁정도시·계획도시 설계에도 반복적으로 차용되며, 방사형 도시계획이라는 하나의 형식적 계보를 형성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됩니다.

CRITIQUE


8. 한계와 평가

스포르친다는 끝내 실제로 건설되지 않은 가상의 도시입니다. 방사형 평면이 시각적으로는 정연해 보이지만, 실제 지형·기존 시가지와의 관계, 성장에 따른 확장 가능성 등 현실적 제약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이상적 도해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또한 8방향 방사형 가로가 만나는 중심부에 교통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적 약점도 후대 연구에서 자주 지적됩니다. 이는 방사형 도시계획이 이후 실제로 채택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근본적인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적 원칙을 구체적인 좌표와 치수를 가진 도면으로 옮겨 그렸다는 방법론적 전환 자체는 도시계획사에서 독보적인 의의를 지닌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CLOSING


9. 맺음말 — 왜 알아야 할까

필라레테는 도시계획사에서 '이론'과 '설계도'가 처음으로 만나는 지점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알베르티가 쌓아 올린 사상적 토대 위에서, 그는 실제로 그릴 수 있는 평면도를 완성함으로써 이상도시 개념을 다음 세대가 참조할 수 있는 구체적 형식으로 남겼습니다.

스포르친다는 결국 지어지지 않았지만, 그 도면은 이후 수백 년에 걸쳐 유럽 각지의 요새도시·계획도시 설계자들이 반복해서 펼쳐 본 참고서가 되었습니다.

다음 편은 군사 기술과 도시계획을 결합해 방어 중심의 요새도시론을 발전시킨 프란체스코 디 조르조 마르티니로 이어가겠습니다.

📌 본문은 필라레테 『건축론(Trattato di architettura)』에 관한 통설적 서술과 표준적 역사 기록을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생몰년·말년 행적 등 사료에 따라 다소 엇갈리는 부분은 가장 널리 통용되는 설을 기준으로 서술했습니다.